늘 모닝콜을 6:30에 맞춰 놓지만 그 때 일어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모닝콜을 잘 듣긴 하지만 바로 2,30분 후로 알람을 다시 맞춰 놓고 이불 속으로 들어간다. 허리 상태가 좋지 못한 관계로 일어나기 전에 잠깐 누워서 운동을 하고 일어난다. 일어나 보니 벌써 7시 10분 경. 아 이런. 그렇다고 아침을 거를 순 없다. 세수하고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출근 준비를 했다. 7시 48분 경 집을 나선다. '늦었다!'
지하철에 사람 많은 거야 늘 당연한 것이다. 그 와중에 책을 꺼내 읽는다. 동대문역을 출발하자마자 열차가 맥이 빠지며 군데군데 전기가 꺼지고 멈춰 섰다. 전구간 단전이란다. '오호 이게 조금 길어지면 이것 때문에 늦었다고 얘기하면 되겠다.' 이런 생각이 반짝 스쳐 지나갔다. 좀 오래동안 멈춰 있기를 바라고 있는데 조금 있으니 다시 전기가 다 들어오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의식적으로 핑계를 찾고 있는 나를 바라보며 놀랬다. 이게 나구나. 내가 제 때 일어나지 못한 것이 문제인데 그 탓을 지하철에 돌리려 하다니.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고 현실을 직시하려 하지 않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책임지지 않으면 고쳐지지 않는다. 그게 물질적 손해이든 관계의 손해이든 혼자만의 자각이든 잘못을 회피하지 않고 인정하고 문제를 정확히 바라보며 후회하고 결심하는 단계를 거쳐야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내가 지하철의 문제로 나의 지각을 변명하려 하는 한 나는 아마도 계속 늦게 일어나고 지각을 할 것이다. 나의 지각을 내 탓이라고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변하려 하지 않는 것이다. 6:30의 모닝콜은 그저 나는 이렇게 노력하고 있어라고 스스로를 위안시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나도 변화를 꿈꾼다. 여유있는 출근길, 복잡하지 않은 지하철, 중간에 작은 문제가 생겨도 지각하지 않을 여유 이런 걸 갖고 싶다. 지금은 몇 십분의 이불 속이 더 좋지만 맨 정신으로 나를 바라보며 무엇이 더 좋은 것인가를 따져서 나에게 진정 유익하다면 변화를 위한 발걸음을 뗄 것이고 많이 실패하겠지만 언젠가 성공할 것이다. 단 내가 핑계의 습관을 벗어버리고 내 책임으로 인정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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