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10일

수련회 이후

중고등학생 시절의 수련회, 청년 시절의 수련회, 결혼 후에도 간간이 참석한 수련회... 중간에 참석하지 못했던 때가 있긴 했어도 수련회를 처음 참석했던 때로부터 25년 가까이 수련회를 참석해 보았다. 수련회 기간을 통해서 남들처럼 나도 눈물 많이 흘리고 죄를 직면하게 되고 더 이상 그대로 살 수 없어 새롭게 바르게 살리라 다짐하였다. 각각의 수련회가 다 달랐지만 수련회 이후는 거의 동일하였다.

비단 나만의 경험이 아닐 것이다. 수련회 참석 횟수가 늘어가면서 머리 속에 수련회 회의론이 조금씩 고개를 들 것이다. 수련회를 다녀오면 무엇하는가? 수련회 기간 너무나 좋았고 나름 감동 받고 결단하였다 하는데 여전히 변하지 아니하는 자신을 보게 되고 그로 인해 많이 실망하고 그런 자신이 용납이 안 되기도 한다.

수련회의 감격과 결심이 무너지는 데에는 보통 하루가 걸리지 않았다. 수련회를 마치고 그 감격과 결심이 그대로 생활에 그대로 이어지려면 수련회가 끝나면서 바로 일상에 돌아와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보통의 경우 수련회 기간 동안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기 때문에 집에 돌아가서 잠이 들면 다음날 해가 중천에 떠야 일어나게 되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생활이 느슨해지기 일쑤다. 마음이 느슨해지고 육체가 힘들면 짜증도 쉽게 나게 되고 여전히 본인이 싫어하던 전에 살던 삶을 그대로 살게 된다. 틈을 보인 순간 자신의 결심이 여지없이 무너지게 된다.

수련회가 무의미하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기회가 된다면 난 여전히 수련회를 참석하고 싶어한다. 다만 멋모를 때처럼 수련회를 거치면 나에게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리란 기대를 하지는 않는다. 물론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지만. 성령 하나님이 놀랍게 변화시킬 수도 있지만 보통의 경우 사람은 쉽게 변하지 못 한다. 특히 좋은 바른 모습으로는 더욱 그러하다.

내가 생각하는 수련회의 유용함은 자신을 돌아보는 데에 있다. 하나님과 만나는 경험을 가지는 데에 있다. 보통 때 외면하거나 의식하지 못하고 살아왔던 자신의 죄악된 모습을 집중적으로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죄가 죄인 줄 알게 되고 그것을 하나님 앞에서 인정하며 자신을 비울 때 자신을 향하여 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비로소 듣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제 어떻게 살겠다고 결단하게 된다. 왜 그런 결단을 하게 되었는지를 기억하고 결단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게 없으면 수련회가 감정만의 동함으로 끝나게 된다. 수련회 이후에 변한 게 없어도 다시 그 기억을 되살려 결단을 이루려는 감정과 무관한 의지적인 영적 싸움을 싸울 수 있게 된다.

이번에도 짧게 단 하루 수련회를 다녀왔다. 다녀오고 나서 개인적으로 상태가 더 안 좋아졌다. 나에 대해 충분히 실망했고 절망했다. 그러나 지금 다시 회복되어졌고 하나님께 나아가는 신앙의 싸움을 새롭게 시작하려고 한다. 수련회는 집중적인 시간을 내어 경험을 가지는 소중한 시간이다. 잊어버리지 말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싸움을 계속 싸워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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