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14일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어제 퇴근후 이발을 하고 간단히 끼니를 때운 후 명동 스타벅스에 들어갔다. 아메리카노 커피를 그란데 크기로 시켜서 3층 창가에 앉았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를 꺼내 펴고 커피를 한 입 마셨다. 어제 한 달에 한 번 가지는 나만의 시간을 가졌다.

아내는 나와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한다. 어디를 가도 같이 가고자 하고, 집에서 TV를 봐도 나랑 같이 있고 싶어한다. 나도 아내와 함께 있는 게 좋다. 여행을 떠날 때 아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라면 왠지 여행 행태가 다를 것 같고 좀 불편할 것 같다. 별 것 아닌 것도 아내와 함께 하는 게 좋다. 그래서 우린 부부다. ^^

책읽기를 참 좋아한다. 다만 읽은 것을 내 것으로 소화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그냥 쭉 읽으면서 좋은 내용이다라고만 느끼지 막상 지나고 나면 기억이 나지 않고 느낌만 간직하게 된다. 살아가면서 좋은 생각이 머리에 떠오르기도 하지만 금새 사라지고 주어지는 상황에 그때 그때 반응하며 살아간다. 한 달에 한 번 가지는 시간이 그래서 내게 중요하다. 멈추어 생각할 줄 모르는 내가 가지는 돌아봄의 시간이고 앞으로 달려갈 방향을 잡는 시간이다.

한 달에 한 번이지만 그것마저도 아내는 아쉬워한다. 아내를 사랑하기에 나는 이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아내는 아직 그걸 모르는 것 같다. 내가 좀더 잘 설명해 줘야겠다.

아이들을 보면서 정리하지 않거나 심하게 장난치다가 다치거나 서로 가지겠다고 싸우거나 자기 맘에 안 든다고 떼 쓰거나 아침에 잘 일어나지 못해 정신을 못 차리거나 하는 모습을 본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좋은 모습을 가지게 할 수 있을까란 고민을 하고 있었다. 마침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가 내게 도움을 주었다. 좋지 못한 행동을 할 때 어떻게 전환 반응을 보여 아이들이 감정적인 상처없이, 잘못한 것에 집중하기보다 좋은 것체 집중하여 더 나은 모습을 하게 할지 생각하게 했다. 아내와의 관계는 어찌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했다.

평소의 독서는 쭉 읽으면서 좋게 느낀 글에 밑줄을 긋는 것이지만 나만의 시간에는 느긋하게 읽으며 생각하고 기록하고 또 생각하고 기록한 것을 되씹어보고 한다. 읽고 마는 것이 아니라 내게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나는 조금씩 자라고 있다고 믿는다. 나와 관계하는 사람들에게 더 나은 모습으로 다가간다고 믿는다.

아내에게도 이런 시간을 주고 싶다. 나와 같은 방법일 필요는 없다. 아이들에게서 한걸음 떨어져서, 집안일에서 벗어나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사람들과 관계하고 본인이 원하는 것을 하는 그런 시간을 아내에게 만들어 주어야겠다. 그런 만큼 우리는 더 자라서 더 잘 사랑하며 살 것이다.

2009년 8월 10일

수련회 이후

중고등학생 시절의 수련회, 청년 시절의 수련회, 결혼 후에도 간간이 참석한 수련회... 중간에 참석하지 못했던 때가 있긴 했어도 수련회를 처음 참석했던 때로부터 25년 가까이 수련회를 참석해 보았다. 수련회 기간을 통해서 남들처럼 나도 눈물 많이 흘리고 죄를 직면하게 되고 더 이상 그대로 살 수 없어 새롭게 바르게 살리라 다짐하였다. 각각의 수련회가 다 달랐지만 수련회 이후는 거의 동일하였다.

비단 나만의 경험이 아닐 것이다. 수련회 참석 횟수가 늘어가면서 머리 속에 수련회 회의론이 조금씩 고개를 들 것이다. 수련회를 다녀오면 무엇하는가? 수련회 기간 너무나 좋았고 나름 감동 받고 결단하였다 하는데 여전히 변하지 아니하는 자신을 보게 되고 그로 인해 많이 실망하고 그런 자신이 용납이 안 되기도 한다.

수련회의 감격과 결심이 무너지는 데에는 보통 하루가 걸리지 않았다. 수련회를 마치고 그 감격과 결심이 그대로 생활에 그대로 이어지려면 수련회가 끝나면서 바로 일상에 돌아와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보통의 경우 수련회 기간 동안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기 때문에 집에 돌아가서 잠이 들면 다음날 해가 중천에 떠야 일어나게 되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생활이 느슨해지기 일쑤다. 마음이 느슨해지고 육체가 힘들면 짜증도 쉽게 나게 되고 여전히 본인이 싫어하던 전에 살던 삶을 그대로 살게 된다. 틈을 보인 순간 자신의 결심이 여지없이 무너지게 된다.

수련회가 무의미하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기회가 된다면 난 여전히 수련회를 참석하고 싶어한다. 다만 멋모를 때처럼 수련회를 거치면 나에게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리란 기대를 하지는 않는다. 물론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지만. 성령 하나님이 놀랍게 변화시킬 수도 있지만 보통의 경우 사람은 쉽게 변하지 못 한다. 특히 좋은 바른 모습으로는 더욱 그러하다.

내가 생각하는 수련회의 유용함은 자신을 돌아보는 데에 있다. 하나님과 만나는 경험을 가지는 데에 있다. 보통 때 외면하거나 의식하지 못하고 살아왔던 자신의 죄악된 모습을 집중적으로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죄가 죄인 줄 알게 되고 그것을 하나님 앞에서 인정하며 자신을 비울 때 자신을 향하여 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비로소 듣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제 어떻게 살겠다고 결단하게 된다. 왜 그런 결단을 하게 되었는지를 기억하고 결단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게 없으면 수련회가 감정만의 동함으로 끝나게 된다. 수련회 이후에 변한 게 없어도 다시 그 기억을 되살려 결단을 이루려는 감정과 무관한 의지적인 영적 싸움을 싸울 수 있게 된다.

이번에도 짧게 단 하루 수련회를 다녀왔다. 다녀오고 나서 개인적으로 상태가 더 안 좋아졌다. 나에 대해 충분히 실망했고 절망했다. 그러나 지금 다시 회복되어졌고 하나님께 나아가는 신앙의 싸움을 새롭게 시작하려고 한다. 수련회는 집중적인 시간을 내어 경험을 가지는 소중한 시간이다. 잊어버리지 말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싸움을 계속 싸워가려 한다.